Insight

2026-10-20

숫자 싸움을 넘어, '논리적 큐비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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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아는 사람만이 멀리 봅니다. Expert Insight Series는 메가존클라우드 기술 리더들이 각자의 최전선에서 쌓아온 관점을 한 편의 글로 전달합니다. 첫 번째 주제는 양자컴퓨팅입니다. 메가존클라우드 Quantum Innovation Lab을 이끄는 김동호 CQO가 5회에 걸쳐 안내합니다.

 

지난 9월 첫 호에서는 양자컴퓨터를 기존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모두 대체하는 차세대 컴퓨터가 아니라, 특정한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새로운 컴퓨팅 자원으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또한 양자컴퓨터가 충분히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기업이 먼저 자신의 문제를 찾고 검증 경험을 쌓는 양자 준비도(Quantum Readiness)가 중요하다는 점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이번 10월호에서는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양자컴퓨팅 생태계 전반의 깊이 있는 흐름을 다루기 위해, 이번 두 번째 글은 [상편]과 [하편] 2회에 걸쳐 나눠 전해드립니다.

양자컴퓨팅 관련 뉴스를 보면 IBM과 구글은 '초전도', 아이온큐(IonQ)와 퀀티넘(Quantinuum)은 '이온 트랩', 파스칼(Pasqal)과 큐에라(QuEra)는 '중성 원자', 디웨이브(D-Wave)는 '양자 어닐링'처럼 기업마다 서로 다른 기술이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그래서 양자컴퓨팅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자연스럽게 "결국 어떤 방식이 가장 우수한가?"라는 질문부터 던지곤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양자산업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이 질문보다는 "각 기업들이 과연 무엇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보는 편이 훨씬 유익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바로 그 '기술 경쟁의 지도'를 함께 그려보려 합니다.

글을 읽으시는 동안 기술 방식별 세부 수치까지 일일이 기억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양자컴퓨팅 역시 반도체나 AI처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이 함께 만들어가는 산업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연결하는 자리에 메가존클라우드가 있습니다.

 

양자컴퓨팅 경쟁은 어디에서 벌어지고 있을까요?


스마트폰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아이폰이나 갤럭시폰 사용할 때 프로세서 안의 트랜지스터(Transistor) 구조까지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도체와 OS,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이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작동하여 하나의 서비스가 되기 때문입니다. 양자컴퓨팅도 점점 이와 비슷한 모습으로 가고 있습니다.

현재 양자 산업은 여러 개의 층(Stack)이 동시에 발전하는 구조입니다. 가장 아래에는 실제 큐비트(Qubit, 양자 비트)를 만드는 QPU(양자처리장치) 하드웨어가 있고, 그 위에는 큐비트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오류를 줄이는 컨트롤 및 에러 커렉션(Control & Error Correction) 기술이 있습니다.

그 위로는 양자 회로(Quantum Circuit)를 설계해 각 하드웨어에 맞게 변환·실행하는 소프트웨어가 올라가고, 실제 문제를 푸는 알고리즘과 산업별 애플리케이션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 층들을 가로지르며 여러 종류의 QPU와 시뮬레이터를 클라우드나 HPC(고성능 컴퓨팅) 환경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게 연결해 주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이 플랫폼을 통해 기존 CPU와 GPU, HPC가 전후 처리와 시뮬레이션, 오류 해독 같은 역할을 나누어 맡습니다.

뉴스에서는 큐비트 숫자와 새로운 QPU가 가장 눈에 띄지만, 경쟁은 이미 하드웨어를 넘어 이 모든 층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즉 경쟁의 기준이 "누가 가장 많은 큐비트를 만드는가"에서 "누가 신뢰할 수 있는 풀스택(Full Stack)을 먼저 완성하고 실제 산업 문제까지 연결할 수 있는가"로 옮겨 가고 있는 셈입니다. 아래에서 는 이 층들을 순서대로 따라가며 각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Quantum_Computing_Stack.png

Quantum Computing Stack과 여섯 가지 경쟁 영역. (출처: 메가존클라우드)

 

큐비트를 만드는 방식은 왜 아직도 여러 가지일까요? 
 

큐비트를 구현하는 여러 접근 방법이 있습니다. IBM과 구글은 칩(Chip) 위의 초전도 회로를 극저온에서 동작시키는 초전도 방식을, 퀀티넘과 아이온큐는 전하를 띤 원자를 전자기장으로 가두어 레이저로 제어하는 이온 트랩 방식을 사용합니다. 

파스칼과 큐에라는 레이저로 원자를 하나씩 붙잡아 배열하는 중성 원자 방식을 중심으로 개발 중입니다. 또한, 사이퀀텀(PsiQuantum)이나 콴델라(Quandela), 자나두(Xanadu)처럼 빛의 입자를 큐비트로 활용하는 광자(Photonic) 방식을 추진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디웨이브(D-Wave)의 경우 초전도 큐비트를 사용하되, 복잡한 문제를 에너지 지형으로 표현해 가장 낮은 상태를 찾아가는 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이라는 별도의 계산 모델을 상용화해 왔습니다.

각 접근 방법마다 서로 다른 강점이 있는데요. 접근 방식에 따라 게이트 연산이 빠르거나, 연산 정확도가 높거나, 많은 큐비트를 배열하기 쉽거나, 특정 최적화(Optimization) 문제에 더 적합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선두 기업들조차 한 가지 방식에만 올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구글은 2026년 3월 기존 초전도 방식과 함께 중성 원자 방식 연구를 병행하겠다고 밝혔고, 디웨이브 역시 어닐링과 별개로 게이트 기반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어느 기술이 최종 승자가 될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기업들의 선택 자체가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어떻게 양산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경쟁 축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큐비트를 하나씩 조립하던 단계를 넘어, 반도체 파운드리(Foundry) 공정을 도입해 칩을 반복 생산하며 기술 개선 속도를 높이려는 흐름입니다.
 

Foundry_Table.png(출처: 메가존클라우드)

 

아이온큐는 2026년 9월 자회사인 반도체 파운드리 스카이워터(SkyWater)에서 제작한 256큐비트급 QPU 기반으로 차세대 양자컴퓨팅 플랫폼 '슈페리온 256(Superion 256)'을 발표했습니다. 칩 설계와 제작 주기를 9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했고, 확보한 웨이퍼 물량이 6개월 기준 이전보다 약 12배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IBM은 2025년 11월부터 향후 로드맵의 모든 칩을 미국 뉴욕의 300mm 웨이퍼 시설에서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 속도를 2배, 칩 복잡도를 10배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퀀티넘은 인피니언(Infineon)과 이온 트랩 및 광집적 칩을 공동 개발하는 한편, 2026년 9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연구개발 자금 1억 달러를 확보하며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의 300mm 공정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수치들은 각 기업이 자체적으로 발표한 값이며 제3자의 검증을 거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양자 하드웨어 역시 반도체처럼 설계와 제작을 반복하며 고도화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방향성만큼은 세 기업 모두에서 공통으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변화는 양자컴퓨터의 겉모습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온 트랩 시스템은 진공 챔버와 레이저, 수백 개의 거울과 렌즈를 광학 테이블 위에서 사람이 일일이 정렬해야 하는 거대한 실험 장비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최근 발표되는 시스템들은 광학계와 제어 회로를 반도체 칩 안으로 집어넣어 부품 수를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이제는 표준 랙(Rack)에 담아 일반적인 전산실 환경에도 설치할 수 있는 형태를 지향합니다. 같은 이온 트랩 기술이라도 '제품화'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어느 기술 방식이 우수한가'가 아닙니다. "우리가 풀고자 하는 문제의 구조에는 어떤 컴퓨팅 자원이 가장 적합한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Logical_Qubit_Roadmap.png(출처: 메가존클라우드)

 

왜 큐비트 숫자보다 '논리적 큐비트'가 중요해졌을까요? 
 

현재 양자 하드웨어의 가장 큰 문제는 오류입니다. 큐비트는 외부 환경에 매우 민감하여 계산을 길게 이어갈수록 작은 오류가 누적됩니다. 따라서 물리적 큐비트(Physical Qubit)의 숫자만 늘려서는 산업적으로 유용한 계산을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경쟁의 중심이 지난 호에서 소개한 논리적 큐비트(Logical Qubit)와 양자 오류 정정(QEC)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여러 개의 물리적 큐비트를 묶어 오류를 찾아내고 보정하며 보다 안정적인 하나의 계산 단위를 만드는 것이 바로 논리적 큐비트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오류가 생기더라도 계산 전체가 무너지지 않고 긴 알고리즘을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 상태를 결함 허용 양자컴퓨팅(FTQC, Fault-Tolerant Quantum Computing)이라고 합니다.

주요 기업들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이 목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2024년 윌로우(Willow) 칩을 통해 오류 정정 코드의 크기를 키울수록 논리적 큐비트의 오류가 오히려 줄어드는 상태를 보여 주었습니다. 

IBM은 더 적은 물리적 큐비트로도 논리적 큐비트를 만들 수 있는 qLDPC 계열 코드를 중심으로 로드맵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퀀티넘과 큐에라 역시 이온 트랩과 중성 원자의 특성을 살린 논리적 큐비트 실험 결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아이온큐는 2026년 4월 이온을 칩 위의 여러 구역 사이로 이동시켜 필요한 큐비트끼리 연결하는 '워킹 캣(Walking Cat)'이라는 FTQC 설계도를 논문으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발표되는 숫자를 그대로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발표는 오류를 찾아내기만 하는 수준이고 어떤 발표는 실제로 정정까지 수행하며, 남는 오류율도 서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퀀티넘이 2025년 11월에 공개한 헬리오스(Helios) 시스템은 98개의 물리적 큐비트를 사용하면서, 인코딩 방식에 따라 48개(오류 정정 기준) 또는 94개(오류 검출 기준)의 논리적 큐비트로 발표되었습니다. 같은 장비라도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숫자가 두 배 가까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실증된 결과와 앞으로의 목표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실제로 발표된 규모는 수십 개 수준이지만, 각 사가 제시한 목표는 크게 벌어져 있습니다. IBM이 2029년 200개와 2033년 2,000개, 후지쯔와 이화학연구소가 2030년 250개, 아이온큐가 2030년 수만 개를 제시하는 식입니다. 이 목표들은 확정된 일정이 아니라 기술적 난이도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계획이라는 점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이어서 읽기] 양자컴퓨터 패권 전쟁 ② 하드웨어 너머, 풀스택 생태계 경쟁에서는 하드웨어 밖에서 벌어지는 소프트웨어·플랫폼 생태계 싸움과 대규모 자본의 흐름, 그리고 메가존클라우드의 전용 프레임워크(WAVE)를 다룹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양자컴퓨터가 기존 서버나 클라우드를 대체하나요?Q1. 반도체 파운드리를 활용해 양자 칩을 생산하려는 흐름이 왜 중요한가요?

실험실에서 큐비트를 하나씩 손으로 조립하던 단계를 넘어, 반도체 공정으로 칩을 반복 생산하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칩 설계·제작 주기를 수개월 단축하고 연구개발 속도를 수 배 이상 높이는 등 양자 하드웨어도 반도체처럼 수율과 양산 속도를 겨루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Q2. 주요 선두 기업들이 한 가지 큐비트 방식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기술을 병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초전도, 이온 트랩, 중성 원자, 광자 등 방식마다 연산 속도, 정확도, 확장성 등 강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글이 초전도와 중성 원자를 함께 연구하고, 디웨이브가 어닐링과 게이트 기반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처럼, 아직 어떤 기술이 최종 승자가 될지 단정할 수 없어 시장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는 전략입니다.


Q3. 같은 장비인데 발표되는 논리적 큐비트 숫자가 2배 가까이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발표 기관마다 적용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오류를 단순히 '찾아내는(검출)' 기준인지, 실제로 '보정하고 고치는(정정)' 기준인지에 따라 집계되는 숫자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뉴스에 나오는 숫자를 단순 비교하기보다는, 어떤 인코딩과 오류 정정 단계를 거쳤는지 세부 조건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Q4. 거대 연구실 장비 같던 양자컴퓨터의 외형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나요?

과거 이온 트랩 방식 등은 거대한 광학 테이블 위에서 사람이 렌즈와 거울을 일일이 정렬해야 하는 실험 장비 형태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광학계와 제어 회로를 반도체 칩 안으로 집적해 부품 수를 줄이고, 일반 기업 전산실의 표준 랙(Rack) 안에 들어가는 규격화된 제품 형태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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